여보게 욕심 부리지 말게나
여보게
자네나 나, 누구하나
배속에 잉태한 순간도
바람이었으며
태어난 순간도
바람이었고
추구하는 행복 또한
모두가 바람이라는 것을
알고 있는 자네가
굳이 없는 팔자에
萬端 [ 만단 ]을 만들어
금붙이로 살려하는가
태양이 있어, 물이 있어, 나무가 있어,
미끄덩한 마누라 와
풀잎 같은 자식이 있어
자네 또한 없어서는 안 될
하나의 자연인 것을
숨 쉬며
풍류를 듣고 삼라만상
그 하나 보는 것만으로
흡족해야 할 팔자인
자네인 것을
무엇이 부족타 허구헛날
유리걸식인양
이집 저집 기웃거림인가
아서라, 훗날
뒤집힌 멀건 눈으로
병들고 누워
오줌똥을 질펀히 싸 놓고서
누구를 고생시키려고
남의 팔자 욕심이 웬 말인가
그리하지 말게나
여보게
자네와 나, 그 누구도
바람 속에 재울 수없는
한낱 쑥대머리 인생이 아니던가
그렇다면
답은 간단하지 않은가
주는 밥 세끼 먹고
욕심 내지 말고
하는 일에 근면 자족하여
저 놈의 노을을 병풍삼아
지나는 바람을 황진이라 앉혀 놓고
흐르는 구름 한 점 뚝 따서 반주하고
자진모리 술잔이나 기울고서
밤이면 밤마다
우리를 유혹을 하는
저 하늘 별순이며
별자에게
그동안 남몰래 흘려야 했었던
눈물이나 보여 주며
사랑가를 불러봄직도 좋을까 하니
어이, 자네는 어떤가?
그래야 이 풍진세상
소풍 끝나는 날
그림 같은
저놈의 푸른 하늘
푸른 별의 처갓집에 먼저 간
김삿갓의 형님을 모셔놓고
멋들어진 사위 왔다고
장모님께서 옥빛이 자르르 나는
육수에 달덩이 같은 수제비를
양푼에다 가득가득
한 상 빚어 나올 것을
생각이나 해 보았는가
어이 살맛나지 않겠는가!.
=======受 天 김용오님의글 ====