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 시냇가에서 >
- 이 지 영 -
맑간 시냇물에 손을 담그면
잘그락 잘그락
조약돌이 잡히고
유년의 추억으로
내 얼굴은 미소가 피어난다.
토끼풀 풀꽃 뜯어 왕관 만들고
꽃시계
꽃반지...
화려한 보석으로 공주가 되던
그곳은 어린 날 내 꿈의 궁전이었다.
네잎 크로바
빠~알간 단풍이 손끝에 잡히고
책갈피마다 향기가 피어나던 시절
실개천
시냇가의 꿈은
강으로 흘러 갔다
미루나무 길게 늘어선 행길을 따라
점점 넓어지던 개울가
까맣게 올갱이가 앉아있던 바윗돌과 자갈들
지금 내 꿈은 어디쯤 흐르고 있을까
시냇가는 그렇게 모두를 흘려보내고
기름때 낀 등가죽을 벌린채
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다.
잘그락 잘그락
조약돌의 재잘거림도 없이...
- 1998. 06. 05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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